요즘 우리나라가 다시 재미있어졌다. 대선이 끝나고 아마추어 인수위 시절을 거쳐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로 접어들게 되니 웃을 일이 생긴다. 그게 실소(失笑)일 뿐이라고 할지라도 징징거리며 우는 것보다야 훨씬 나을 터이다. 지금 한국은 ‘정당이 꽃피는 계절’이다. 정당이란 본래 이념과 정책을 위해 만들어진다. 전통적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주의나 생명 인권 자유를 추구하는 진보주의를 내세우며 그에 따른 정당을 만든다. 기존의 정당들이 제대로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당들을 만들기도 한다. 영국의 ‘그린 피스 green peace’와 같은 환경에 관심을 집중하는 정당도 생겨나고, 독일의 ‘기독교민주당’, 혹은 ‘기독교사회당’과 같은 신구교가 협력하여, 혹은 구교(카톨릭)만으로 만든 정당들도 있다. 정당이란 이념과 정책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집단이다.
그런데 지금 이 땅에서 생겨나고 있는 정당이라는 것은 정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당이 생겨나지만 이념이나 정책이 무엇인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정당은 전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가치를 보여주고, 그 가치를 이룰 구체적인 방법을 갖고 나타나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이번 18대 총선을 앞두고 급조되고 있는 천국의 황제당, 새마을당, 문화예술당, 경제통일당, 국민실향안보당 등 많은 듣도 보도 못한 정당들은 오히려 그런대로 나름대로의 가치라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총 40여개의 정당이 이름을 내밀 것이라 한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를 낸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은 중소기업을 강조하는 것 외에 어떤 특별한 정강이나 정책을 가졌는지 알 수가 없다.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을 만들고 총재노릇을 했던 이회창씨가 갑자기 대통령 다시 하겠다고 만든 정당이라는 것 외에 무슨 의미를 가졌는지 아는 사람이 있는가? 그들이 말하는 신보수주의가 무엇인지 개념이 정리된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
그중에서도 요 며칠 사이에 등장한 ‘친박연대(親朴連帶)’라는 역사에 유래가 없는 정당의 출현은 그야말로 정치판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소위 박근혜와 가까운 사람들이 연대하여 정근모씨가 만든 정당을 장악하여, 당명을 그렇게 바꾸었다. 박근혜를 신주로 모시고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나라 정치인들은 무엇이 수치인지도 모르는 것일까? 어떻게 정당이 이념과 정책, 원리와 가치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하여 모인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정치란 전통적으로 보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래서 소위 ‘3김정치’라는 소리를 많이 해 왔다. 지금도 김대중은 아들과 비서실장의 공천탈락에 반발하며 목포와 신안에서 한을 풀어내고 있고, 김영삼은 아들과 가신들의 탈락에 부산에서 독설을 퍼붓고 있다. 김종필씨도 충청도 어디선가 섭섭하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60년대 말부터 시작된 3김정치가 두 사람이 대통령을 지난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구시대의 모습이 없어지는가 했더니 신종 보스정치가 등장하고 있다.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줄서기 정치를 이끌고 있다. 남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그 능력이 놀랍기는 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친박연대’라는 당의 신주(神主)가 되는 그 희한한 역사를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박근혜는 후일 어떻게 설명할까? 아무리 자신의 속한 정당에 문제가 있다해도 대표를 지낸 당원이 그런 식으로 살아서는 안된다. 형식적으로라도 그런 말도 안되는 정당명은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그런 짓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가만히 있다. 즐기고 있는 느낌이다. 순간의 달콤함이 영원히 망치게 될 줄을 모르는 것일까? 그게 자신이 말하는 신의요 원칙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는 하면 안된다.
이 나라 정당사는 끊임없는 정당의 명멸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 김윤환 이기택이 만든 민국당, 정주영이 만든 국민당, 2004년 17대 총선 때 만들어진 청년진보당, 민주공화당, 노년권익보호당, 민주광명당, 한민족통일연합, 녹색사민당, 가자희망2080, 한국기독당 등은 등록이 말소되어 사라졌다. 이처럼 선거 때만 되면 ‘반짝 활동’을 하고 사라지는 정당이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이념이나 원칙에 따라 정당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정당을 단순히 권력을 얻는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가치와 신념을 우습게 보는 정치인과 그런 정치인을 용납하는 무골 국민 때문에 아무런 철학도 없는 망측스런 정당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리스도인은 가치와 원리를 중심으로 사는 사람이다. 잠깐 생존하기 위하여 불의와 부패를 용납하거나 정직성을 내팽개칠 수 없다. 무골정당들이 이 땅에서 함부로 설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도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기도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감당해야할 사명 중의 하나다. 국가의 정체에 대해 아무런 의식도 없는 무골민족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역사에 책임을 지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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