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과 김연아 바라보기
또래 소녀가 만든 역사
엊그제 어느 신문에 누군가가 유관순과 김연아를 비교한 글을 올렸습니다. 3.1절을 맞으면서 갓 겨울 올림픽을 끝낸 김연아의 얼굴이 유관순과 오버랩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보긴 했지만 어느 신문인지 도통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 제목만 보았지 무슨 내용이었는지 읽어보지를 못해 너무 아쉽습니다. 그런데 제목만을 놓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두 소녀는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김연아가 두어 살 나이가 조금 많기는 합니다만 또래집단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두 소녀는 둘 다 자기 시대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둘이 역사를 쓰는 방법은 너무나 다릅니다. 하늘과 땅만큼 다른 모습입니다. 유관순은 가냘픈 몸으로 무너지는 나라를 붙들고, 가진 모든 것을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전부 바쳤습니다. 10대 소녀의 젊음이었지만 자기를 위해 불태운다든지 하는 것은 전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일제의 억압에 반대하고 만세운동에 나서는 등 소녀의 꿈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김연아는 오직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는데 전념하였습니다. 올림픽에서 자신이 연마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 유일한 관심이었습니다. 김연아는 나라나 민족을 위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에게 대한민국은 전혀 관심 밖이었습니다. 우승 직후 인터뷰를 통해 밝힌 심정은 그저 자신이 준비한 것을 전부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금메달을 땄으니 이제 어께에 눌린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며 그냥 편안해했습니다. 그녀가 가진 관심은 부모를 비롯한 자신의 가족과 흥분하는 팬 정도였습니다. 올림픽 우승이라는 최고의 영광을 얻은 그날 연아는 그냥 마음껏 먹고, 놀고 싶은 생각이 전부라고 했습니다. 올림픽에 다시 도전하여 국가의 영예를 빛낸다든지 하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대도 그렇기는 하지만 삶의 방법이 완전히 다른 유관순과 김연아. 두 사람을 두고 역사는 모두 대한민국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동일하게 평가할 것입니다.
다른 역사 쓰기
김연아도 울고 유관순도 울었습니다. 그런데 김연아는 자신이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역사적 사건을 이루었기 때문에 기뻐 울었다는 식으로는 절대 말하지 않습니다. 반면 유관순은 비장한 각오로 눈물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녀는 조국을 위해 목숨 걸고 만세를 부르다 잡혀 서대문 형무소에 갇혔고 모진 고문에 울었습니다. 주권을 빼앗긴 조국의 비극을 서러워하며 울었습니다. 김연아는 지난 해에만 9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며 호화로운 미래를 보장받고 있으나 유관순은 그저 몸 바쳐 헌신하였을 뿐 아무 것도 누려보지 못하였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맞았을 뿐입니다.
전혀 다른 시대에 태어난 두 소녀는 하늘과 땅처럼 다른 세계를 살았습니다. 유관순은 자신의 은사를 전혀 살려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올림픽을 제패한 김연아는 철저하게 자신을 위하여 살았으나 사람들은 그녀를 이기주의자라거나 헌신을 모른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시대를 따라 다른 방법으로 살아간 것입니다. 유관순은 20세기 초엽, 자신의 생명을 불태워 일본에 의해 무너져내리던 나라를 끝까지 붙들려 한 공적을 두고두고 평가하여 그녀를 열사(烈士)라고 부릅니다. 김연아는 한 세기가 지난 시점에 등장하여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월등하게 능가하는 실력을 보여 어엿한 독립국가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 등급 높이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방법은 너무 다르지만 나타난 결과는 동일합니다. 모든 사람이 독립투사일수도 없고 모든 사람이 세계를 제패할 만큼 뛰어난 운동선수일 수도 없습니다. 별 볼일 없이 그냥 세월 따라 흘러가야 할 한 어린 사람들이 자신의 시대에 필요한 사람이 되어 역사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놀라운 위력을 발휘하였습니다. 우리라고 그러지 말하는 법이 없습니다. 영역과 스케일은 전혀 다를 수 있지만 누구라도 조금씩은 어디엔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영적 공동체입니다. 이 땅의 영적 역사를 다시 쓰는 유관순과 김연아가 한국 교회, 주일학교를 통하여 벌떼와 같이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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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s2012.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