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후진정치의 책임

세상읽기 | 2008/04/17 08:23 | 이성구
 
한국 후진정치의 책임

‘친박 연대’. 선거가 있기 전, '무골정당, 무골민족?'이라는 글을 쓰면서 조금 화풀이(!)를 하긴 했지만 결국 한 쪽 국민은 ‘무골민족’으로 전락하는 길을 택했고, 그래서 역사는 조금 더 심각해졌다. 친박연대라는 기이한 정당이 지역구에서 6석을 얻고, 비례대표 8석을 보태 무려 14석을 가진 제3의 정당이 되었다. 한국정치를 본격적으로 희화화시키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런 일이 백주대낮에 '선진한국'을 부르짖는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가?

여기는 북한이 아니고 남한이다. 어떻게 '김정일 장군만세!'를 부르는 곳에서나 가능한 정당이 남쪽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가? 정강도 정책도 이념도 없는 정당이 표를 얻으며 일 년에 1명에 20억이 든다는 국회의원을 14명씩이나 거느릴 수 있는가? 어떻게 이 따위 일이 가능한가?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군사독재자인 박정희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인간들이 만든 소극(笑劇)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역시 박근혜는 군사독재자의 피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결정적 사건이다. 이 세상 그 어떤 독재자도 만들어본 적이 없는 그런 정당이름을 용인하고 은근히 즐기고, ‘살아 돌아온 자’들과 단합대회를 한다고 야단이니 결국 원칙이니 신의니 하는 것이 쿠데타적 정의와 신의라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71년부터 대학을 다니며 겪었던, 해마다 한차례씩 반드시 휴교령이 내리고 대학 캠퍼스에 전차가 들어오고 운동장이 연병장으로, 군 막사들로 가득 차던, 그 시대가 다시 눈앞으로 스쳐간다. 잊었는가 했더니 광복동에서 기습데모를 벌이던 그 시절이 여전히 거기 도사리고 있다. 중앙도서관에서 '우리는 고등학생보다 못한 것인가'라며 첫 선동연설을 했던 바로 그 시절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진 느낌을 받는다. 섬짓하다.

무골국민이 될 것인가고 물었더니 ‘무골국민이 13%를 넘는다’는 대답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 결과 소위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1번이 31살짜리 무소신의 여자라는 사실이 부각되었고, 마침내 친박연대의 허상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박근혜가 두고두고 아파해야 할 부분이 마침내 드러나고 있다.

정치와 아무 상관없는, 정치적 열망도, 이루어야 할 꿈도 식견도 전혀 없어 보이는, 어느 네티즌의 말처럼, 사극에 나타나는 神女(?)수준의 여자가 한 정당의 비례대표 1번이 되었다는 것은 충격이다. 알고 보니 정치적 야망이 넘치는 어느 돈 많은 어머니에게 결정적 하자가 많아 대신 그 딸을 밀어올린 결과가 31살짜리 여성 비례대표라는 얘기다.

비례대표 1번은 그 당이 가진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사람을 내세우는 것이 상식이다. 그 정당이 무엇을 지향하는가, 혹은 지향하려 하는가는 비례 1번을 보면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비례1번이 바뀐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다. 민주당은 금융가를, 한나라당은 서민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박은 하는 짓이 무엇인가? '엄마의 야욕을 대신 채우는 수단'인 어느 돈 있는 여인의 딸이 비례 1번이라는 사실을 앞으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2번 서청원은 이회창을 앞세워 한나라당을 차떼기정당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차떼기당의 얼굴마담은 철저하게 충청도당을 자처하는 자유선진당인가하는 원내 제4당의 대표가 되었고, 그 하수인은 오히려 원내 3당의 대표가 되었다. 이게 코미디가 아니고 무엇인가?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더 이상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있는가?

친박의 비례대표 1,2번은 한국부패의 상징이라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을 세금으로 먹여 살리고 지켜보아야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억울하면 출세를 하라고 했던가? 이런 일이 생겨나지 않도록 책임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특히 영남의 교회지도자들은 가치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을 도와야 한다. 나라를 추하게 만드는 것도 결국은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고급사회가 되지 못하고 이렇게 천박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한국교회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친박연대를 탄생시킨 시대에 살았다는 것은, 쿠데타를 경험하고 유신시대를 경험한 것보다 더한, 내 인생의 영원한 수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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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7 08:23 2008/04/1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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